푸틴을 한방에 눕힐 이란발 강펀치가 있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2-03-28 06:33   수정 2022-03-31 00:5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헤쳐모여'의 시대입니다. '국제 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케케묵은 금언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때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국의 적성국 진영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우방으로 인식돼온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은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인도도 미국과 대(對) 중국 안보동맹인 쿼드(Quad)를 함께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을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인도 루피화와 러시아 루블화의 결제 동맹을 맺는가 하면 수출이 꽉막힌 러시아산 자원을 대놓고 저가 매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과거 '악의 축'이었던 국가들은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최소한 내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적을 줄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미국과 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꼽힙니다. 모두 자원 부국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퇴출된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해줄 국가들입니다.

이번 주는 '이란 위크'입니다. '이란의 핵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거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국과는 초안에 합의했다'는 뉴스에 이어 '미국과 이란이 합의했다'거나 '사실상 타결했다'는 소식만 들려도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금리도 이번 주엔 주목해야 합니다. 증시 영향력 1순위 지위를 유가에 내줬지만 금리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금리 민감주'인 기술주가 '금리 교감주'나 '금리 만감(萬感)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금리는 증시 방향타로서 건재합니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추월하는 '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날 땐 더 그렇습니다. 5년물과 10년물,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는 이미 역전됐습니다. 남은 건 2년물과 10년물입니다. 약 20bp(1bp=0.01%포인트) 차이로 턱밑까지 따라왔는데 이번 주에 '데드 크로스'가 일어날 지 관전포인트입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 정책당국자들은 인정을 하지 않고 있지만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침체의 예고편 역할을 해왔습니다. 최후의 보루인 2년물과 10년물의 역전이 일어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주는 '고·물 주간'이기도 합니다. 고용과 물가의 핵심 지표가 동시에 나오는 때입니다.

오는 31일 Fed가 정책결정 시 금과옥조로 여기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발표됩니다. 월초에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한 템포 늦게 나오긴 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월 PCE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 '기준금리 50bp 인상'이 더욱 탄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 관심이 시들하긴 해도 4월 1일에 공개되는 3월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은 챙겨볼만한 지표입니다.

요컨대 3월 마지막주는 'I·R·P'의 주간입니다. 이란(Iran)과 금리역전(Rate reversal), PCE를 유심히 봐야합니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마다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 등으로 알짜 정보를 전해주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을 통해 찾아뵙고 있습니다.
"이란 핵합의, 서명만 남았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3위권입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통계로 보면 3위이고 더 최신판인 '글로벌 파이어파워' 같은 비공식 집계 기준으로는 4위입니다. 어느 기준으로 보나 7,8위권인 러시아보다는 우위입니다. 매장량은 많아도 시설 낙후와 투자 부족으로 당장 원유 생산을 하기 힘든 베네수엘라와도 차원이 다릅니다.

다만 오랜 제재로 이란의 교역량이 적다 보니 원유 수출이나 생산은 러시아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도 제재만 풀리면 수출량은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보나 이란은 '푸틴발 오일플레이션'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러시아를 압박할 변수는 됩니다.

이 때문에 이란 핵합의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협상 대상국들과 이란이 핵협상에서 타결을 하면 수많은 제재가 해제됩니다. 이란 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늘고 중동 리스크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이란의 핵개발을 통제하는 대신 미국 등이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 파기했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는 협상에 집중해왔습니다.

이란은 일부 유럽국가들과 핵합의를 복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27일 이란 외무장관이 국영TV 인터뷰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영국 3개국과 핵합의를 부활시키는 초안에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대표도 "이란 핵합의를 되살리는 데 매우 근접했다"고 했습니다. "며칠만 있으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최근에 협상 대상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이란 핵협상을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내 꼬리를 내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좀 꼬이긴 했어도 러시아도 이란 핵협상 타결의 수혜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지어주는 원전은 대부분 러시아가 맡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에선 "타결이 임박했다"거나 "서명만 남았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란혁명수비대'와 사우디
이란과 유럽의 언론 보도만 보면 이란 핵협상 타결은 시간 문제처럼 보이지만 미국발 뉴스를 들으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란 핵협상이 쉽게 타결되려면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집단에서 제외하는 데 동의해야 합니다. IRGC는 이란 정규군과 별도로 이란의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는 일종의 정권 친위부대입니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를 복원하는 조건으로 서방 측에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이란의 개인과 단체들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서 삭제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안된다"입니다. 그건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말리 대이란 특사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란 핵합의 타결이 꽤 임박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란 상황도 좀 복잡합니다. 지난해 6월 당선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강경 보수파입니다. 이란의 자존심과도 같은 IRGC를 제재 대상으로 남겨놓고 핵합의를 하기는 힘듭니다. 또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이란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걸 서면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가 이란의 연휴인 '노루즈' 주간인 점도 변수입니다. 노루즈는 페르시아어 ‘No(new)’와 ‘rouz(day)’를 합친 말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설날입니다. 이란 뿐 아니라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조로아스터교 명맥을 유지해온 페르시아 전통의 국가들이 노루즈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 3월이 새해 첫 달이고 춘분이 새해 첫날입니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가 법정 공휴일이고 대부분의 민간 기업들은 2주간 쉽니다.

이란 입장에선 연휴 때 핵협상 타결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원래 희소식은 휴가철이 아닌 때 발표하고 안좋은 소식은 휴일이나 휴가철에 공개해 묻힐 수 있도록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IRGC 문제만 해결되면 빨간 날이 끝나기 무섭게 핵합의 서명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에서 반(反) 이란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의 견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자칫 중동에서 이란과 반 이란 진영으로 갈려 갈등이 커지고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동 출장이 잦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만 남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RGC에 대한 제재 해제와 미국의 이란 정책 유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명문화할 것이냐 비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이냐 그 차이만 있을 뿐 이란 핵협상 타결은 임박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될 지 주목


다음 주목할 부분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역전입니다.

원래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낮습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각국의 채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만 놓고 보면 미 5년물과 10년물,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는 이미 역전됐습니다. 세 살짜리가 열 살짜리 아이보다 키가 더 커버린 것과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아직 역전되지 않은 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입니다. 26일 기준으로 2년물 금리는 2.280%이고 10년물 금리는 2.479%로 그 차이가 20bp도 나지 않습니다.

둘 다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의 대표 선수입니다. 2년물은 Fed의 기준금리 동향에 영향을 받고 10년물은 미국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Fed가 금리를 확 올린다고 하니 2년물 금리는 급등하는데 10년물 금리는 미국 경기 전망이 밝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있습니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되면 보통 1~2년 후에 경기침체가 왔습니다.



물론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 정책 당국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고 있고 일각에선 그동안 금리 역전과 현재의 금리 역전은 조금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장기금리 하락이 주요 요인이었는데 최근엔 단기금리 급등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겁니다. 경기침체 우려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Fed의 금리 정책 때문에 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과거와 결이 다르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금리가 올라도 미국 증시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2주 연속 금리가 급등했으나 뉴욕 증시는 우상향했습니다. 금리 민감주가 몰려 있는 나스닥 시장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금리 민감주로 여겨온 기술주도 금리에 살짝 영향을 받는 '금리 교감주' 정도로 변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최후의 보루인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이 일어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꼬꾸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준금리 50bp 올릴 명분 만들어 주나


마지막으로 '고·물' 지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월 PCE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나오고 고용보고서는 다음달 첫째주 금요일에 발표됩니다. 그러나 이번 달엔 마지막주에 금요일이 없어 2월 PCE가 31일 목요일에 나오고 3월 고용보고서는 다음날인 4월1일에 발표됩니다.

31일 오전 8시30분에 공개되는 2월 PCE 가격지수 중 주목할 부분은 근원 PCE 물가입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PCE 물가는 1년 전보다 5.5% 올랐을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수치가이 전망을 크게 상회하면 Fed가 5월에 50bp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엔 3월 고용보고서가 공개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3월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 예상치는 46만 명입니다. 전달의 67만8000명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실업률은 3.8%에서 3.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50년내 최저치인 3.5%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교착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도 변수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6개 항목 중 4개 항목에서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혀 휴전 기대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협상이 여전히 어렵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이번 주에도 시장에선 고용과 물가 지표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가능성에 더 귀를 기울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과 금리역전 여부, 물가 상승폭이 증시에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이란과 금리, 물가가 증시에 영향을 줄 'I·R·P' 주간에도 주가가 상승 피로감을 잊고 3주 연속 우상향 기록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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